이번에 다룰 영화는 알렉스 리베라 감독의 2008년 작 <슬립 딜러>다. 이 영화는 점잖게 말하면 ‘B급 감성이 넘치는’ 영화고, 빈말로라도 만듦새가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초점이 어딘가 좀 안 맞는 듯한 푸르딩딩한 화면은 1980년대 한국 영화를 연상케 하고, 줄거리는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한 채 느리게 풀려간다. 그렇다고 액션이나 연기 등 볼거리가 뛰어나지도 않다. 훨씬 잘 만든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 눈에는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분명하다. 그런 엉성한 짜임새 속에 당대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시각을 꽉 짜 넣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주인공 메모 크루즈(루이스 페르난도 페냐 분)는 멕시코의 시골 마을 산타아나 델리오에 사는 청년이다. 미국 기업 델리오워터사가 세운 댐 때문에 마을에는 물이 끊기고, 농사를 위해 필요한 물도 델리오워터사에 돈을 내고 사야 한다. 메모는 통신망을 해킹하며 미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키지만, 어쩌다가 델리오워터사의 보안 통신을 해킹하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델리오워터사는 해킹범을 제거하겠다며 무인기를 보내 메모가 집을 비운 사이 메모의 집을 폭격하고,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온 메모의 아버지도 사살해버린다.
순식간에 집도 아버지도 잃은 메모는 일자리를 얻어 남은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티후아나시에 간다. 메모는 거기서 만난 여성 작가 루즈 마르티네스(레오노어 바레라 분)의 도움으로 취직한다. 메모가 하는 일은 티후아나에서 미국의 산업용 로봇을 원격조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루즈가 메모에게 숨기는 사실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