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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열린 마음이
미래 원자력을 만듭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본부 본부장
김승호 사진 김기남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이래로 약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현재 원자력은 국내 발전發電 비율 1위로 전체 전기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24조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어 미래 먹거리로도 부상했다. 그 이면에는 정책 개발, 대국민 소통, 전문 인력 양성 등 원자력 기술 진흥을 위해 힘쓰는 이들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임채영 본부장을 만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본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원자력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원자력진흥본부는 원자력 관련 지원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총 5개 부서로 정책연구부, 연구기획관리부, 소통협력부, 원자력교육센터, 국제전략부로 구성됩니다.
각 부서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업무 범위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정책연구부는 정부가 국가 원자력 정책을 수립할 때 지원하는 일이 핵심 역할입니다. 원자력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정부에서 세부 사항까지 직접 설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큰 방향성이 정해지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합니다. 적극적인 지원으로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을 만든다고 하면, 조항마다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됩니다. 그럴 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거죠. 이처럼 국가 정책을 지원하는 부서는 정책연구부와 국제전략부 2개가 있습니다. 정책 지원 외에도 다양한 업무가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소통협력부, 원자력계 전문가와 학생들을 교육하는 원자력교육센터, 우리 연구원 내 연구 사업을 총괄하는 연구기획관리부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주요 연구는 무엇이고, 그와 연관된 지원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주요 연구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입니다. 원자력 연구개발은 특성상 중장기 계획으로 진행합니다.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만들고 있어요. 현재 차수는 6차로 기간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입니다. 이번 개발 계획에서는 소형 모듈 원자로 기술 개발 및 사업화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관리 분야가 화두입니다. 추진 방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법 제정 및 예타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특별법도 만들어졌고요. SMR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발을 주도 중인데, 원자력연구원은 그에 대한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❶ 소형 모듈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기존 대형 원자로에 비해 규모가 더 작고 조립식으로 제작되는 원자로다. 전기 출력은 300MW 이하로 기존 대형 원전의 1/3~1/10 수준이다.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 건설하므로 건축 기간이 짧으며, 여러 개의 모듈을 연결해 발전량 조절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력 안전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원자력 안전성과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자력을 친숙하게 하기 위한 본부의 소통 전략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 모토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소통입니다. 원자력이 정말 안전한지,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원자력연구원이 그 답을 정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이때 이슈와 정치적 쟁점에 휘말리지 않는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죠.

두 번째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소통입니다. 원자력은 일상생활에서 접하거나 대중적으로 관심 있는 내용이 아닐뿐더러 용어부터 낯설어요. 용어 설명부터 내용 전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국민의 관심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합니다. 뉴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2020년에는 ‘파동이’라는 마스코트도 만들었어요. 대한민국 토이어워드에서 과학 대중화 공로로 수상하고, 특허청 우수 디자인에도 선정된 꽤 유명한 캐릭터입니다. 근래 연구원을 방문한 미국 에너지부 임원께 파동이 인형을 선물했습니다. 당시 상당히 좋아하셨어요. 이후 해외 원자력 잡지에 그분 인터뷰가 실려 보게 되었습니다. 서가 한쪽에 파동이 인형이 나온 모습을 보고, 꽤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파동이가 해외 무대에 데뷔했다고나 할까요?
앞으로의 원자력 기술 발전 방향을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향후 원자력 산업은 SMR과 다양한 산업의 융합으로 발전하게 될 거예요.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데이터센터용 전력, 무탄소 선박 추진 등 SMR의 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안전 부분에서도 매우 신뢰도가 높습니다. 원자로의 안전은 연료봉을 어떻게 잘 식히는가 하는 게 핵심 기술이에요. 대형 원자로는 발생 열이 많아 펌프로 물을 계속 순환시켜서 열을 내려야 합니다. 전기가 끊기는 문제가 발생하면 펌프도 멈춰서 안전에 문제가 생기죠. 이에 반해 소형 원자로는 외부 전원 공급이 끊겨도 냉각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발생 열이 적어 펌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연료봉을 식힐 수 있습니다. 물의 대류현상을 이용해 루프를 만들어 순환시키는 방식이죠. 이것을 피동 냉각이라고 합니다. 소형 원자로는 액티브한 냉각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 피동 냉각시스템만 사용하려는 추세입니다.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도 용이합니다. 재생에너지의 특징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발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해 발전량을 채워야 합니다. 소형 원자로가 대형 원자로보다 출력 조절이 쉽고, 그런 부분에서 재생에너지와 궁합이 잘 맞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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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영 본부장은 원자력 연구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에서 예상하신 원자력 발전이 향후 우리 산업과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궁금합니다.
크기가 작아지면 원자로의 쓰임새가 무척 다양해집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원자로에 데이터센터를 붙여 세트로 짓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AI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안정된 전기 공급이 중요해요. 데이터센터에 SMR을 연계하면 센터에 전기가 끊길 위험이 없으니까 장점이 크죠.

배에 탑재도 가능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전 세계 선박에 대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 목표 지침이 나왔어요. 무탄소 엔진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원자력입니다. 원자력은 이미 바다에서는 검증이 된 상태입니다. 민수용은 아니지만 항공모함, 잠수함 등에 쓰이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원자력산업이 단순 내수산업에서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원자력은 중국하고도 경쟁할 수 있는 산업이에요. 국제적인 정치 제약이나 환경 때문에 선진국 시장에 중국이 개발한 원전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내 원자력 기술이나 산업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으니 매우 유리한 산업군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자력 연구 지원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호기심’과 ‘열린 마음’입니다. 특정 전공이나 학문보다는 원자력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열린 자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원자력은 기계, 전기, 재료 등 모든 공학 분야가 모이는 종합 과학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경제학 전공자도 정책 파트에서 활약할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열린 마음입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원자력 정책을 담당하거나 기술개발을 지원할 때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정확한 지식을 중심으로 가치 판단을 해야 합니다. 열린 마음이야말로 전문성을 더욱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도전 과제나 향후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본부장으로서의 목표는 원자력을 수출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원자력 산업계가 일종의 전환점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그래서 ‘연간 매출 100조 원, 10만 명의 일거리’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주변에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민간 참여 확대, 수출 산업화, 기술개발이 필수겠죠. 저의 개인적인 목표는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되는 것입니다. 몇 년 후면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연구원으로서의 성과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따뜻한 선배, 믿을 수 있는 동료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직장 생활에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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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본부 본부장
임채영 본부장은 누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후 KAIST에서 원자력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다양한 공학과 정책 분야가 융합한 원자력 분야에 흥미를 느껴 35년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 정책 및 연구 지원 분야에 몸담고 있다. 지금도 국내외 원자력 정책 발전 및 기술 진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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