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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경쟁 속 중국의 대응 시나리오
이자연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중국연구팀 연구원

미·중 경쟁이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특히 2019년 ‘화웨이 제재’를 시작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미국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며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자립형 과학기술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 내수 시장 확대와 중동·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추진 중이다.

포기 대신 ‘우회’
현대 기술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산업이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로 도전에 직면하자 중국은 반도체산업에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14년부터 지금까지 약 7000억 위안(약 13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육성 기금(빅펀드Big Fund)을 조성해 자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SMIC(중국반도체제조국제)’는 7nm 공정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에 성공하며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 ‘포기 대신 우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자체 SoC(기린9000s)와 하모니Harmony OS 등 모든 계층의 기술 자립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3년 출시한 메이트 60 Pro는 TSMC 없이 국산화된 7nm 반도체를 사용한 첫 사례로 전방위 기술 내재화와 함께 ‘우회 전략’을 결합해 디지털 생태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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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는 7nm 공정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에 성공해
미국 제재 속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딥시크로 깜짝 선보인 중국의 AI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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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회담 모습
인공지능AI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며 중국의 AI 연구를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체 AI 칩 개발과 AI 모델 연구를 통해 미국 오픈AI의 챗GPT와 경쟁하고 있다.

바이두는 2023년 챗GPT와 유사한 대화형 AI 기술을 탑재한 어니Ernie 4.0을 공개했다. 연산 리소스는 자체 개발한 14나노 공정 기반의 AI 칩인 쿤룬Kunlun 칩으로 대체했으며, 최종적으로 바이두가 가지고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인 아폴로 고Apollo Go에 AI 반도체, 알고리즘, 클라우드까지 자체 기술로 통합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알리바바는 자체 AI 칩 ‘통이치엔원’을 발전시키기 위해 약 3500억 위안(약 7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통이치엔원은 클라우드 AI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중국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차세대 AI 발전 계획’, ‘국가 AI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등을 통해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AI 산업이 국가 안정성 및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4년 말에 공개된 딥시크의 기술력은 GPT-3.5 수준 또는 GPT-4에 근접한 성능으로 이미 글로벌 기술 표준에 접근한 사례로 꼽힌다. 딥시크는 오픈소스 전략으로 글로벌 개발자,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해 글로벌 신뢰를 확보하며 협력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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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는 지난 2023년 대화형 AI 기술을 탑재한 어니 4.0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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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에 공개된 딥시크의 기술력은 중국의 AI 기술이 이미 글로벌 기술 표준에 접근한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양자컴퓨터 지우장 3호
중국은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서 등 양자기술 분야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양자컴퓨터 ‘지우장九章 3호’를 발표하며 미국과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우장은 특정 연산에서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1경 배 이상 빠른 성능을 보이며, 미국의 구글, IBM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까지 4억 달러 이상을 양자기술 연구에 투자했으며,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양자컴퓨팅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중동 국가와의 협력 확대
중국은 내수 시장 강화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해 미국의 경제적·기술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핵심적인 노력이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기술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 ZTE와 같은 통신업체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5G 인프라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의 스마트폰과 소형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생산기지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샤오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늘리며 현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동남아·중동·아프리카 지역에 공동연구센터, 스마트 인프라 수출, AI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과학기술 규범에서 벗어난 협력 생태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5G 기술은 중동 국가들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으며, 중동의 주요 국가들이 중국의 기술 지원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의 기술력을 통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 견제에 대응해 내수 시장 강화와 글로벌 협력 확대를 통해 기술 자립과 세계 경제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의 기술 규제와 압박은 중국의 기술 발전에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으며, 향후 중국이 미국과 기술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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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5G 인프라를 공급하며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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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연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중국연구팀 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중국경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북경대학교 MBA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대학원 중국경제 박사를 수료했다.
2016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중국연구팀에서 중국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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