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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지원 방식
완전히 달라진다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 및 제도 혁신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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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에너지 분야 R&D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여러 개의 과제에 나눠줬던 예산을 산업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몇 가지 과제에 집중시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연구 난이도가 높아지는 대신 실패도 보다 관대하게 용인하기로 했다. 정부는 왜 R&D를 개편하기로 한 걸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 및 제도 혁신 방안’이 나온 배경과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자.

word 이슬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과거 한국 정부 주도 R&D의 문제점은?
2020년 한국의 R&D 규모는 1129억 달러(150조7800억 원)로 세계 5위에 달한다. 2021년 GDP 대비 투자액은 4.91%로 세계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과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일례로 2012년 미국 대비 기술격차는 77.8%에 지나지 않았지만, 2020년엔 80.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선두 기술 역시 2012년엔 36개였던 게 2020년엔 4개로 오히려 줄었다.

그렇다면 그만큼 실패한 R&D가 많았다는 걸까? 그렇지 않다. 2022년 기준 정부가 주도한 R&D는 99%가 과제를 완료했다. 과제 종료 후 5년 내 사업화가 되는 것도 53%에 달했다.

문제는 ‘너무 쉬운 R&D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기관에 R&D를 지원해왔는데, 이를 위해선 R&D 금액을 소액으로 여러 개 쪼갤 필요가 있었다. 기관 입장에선 적은 금액으로 R&D를 해야 하다 보니 소액으로 손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난이도 낮은 연구에 매달려왔다. 반도체며 이차전지며 기술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져만 가는데 R&D의 난이도는 반대로 낮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의 R&D 예산이 보조금화됐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고위험 차세대 기술 집중 투자
정부는 어려운 과제에 확실히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R&D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확보를 위해 2025년부터 2031년까지 1조 원 규모의 R&D를 배정하고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 사업엔 전체 R&D의 10%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조금 성격의 쉬운 R&D는 축소하고 사업 난이도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난이도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면 그만큼 과제 규모도 커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2023년 280개에 달했던 R&D 과제를 2025년엔 200개 미만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다만 100억 원 이상의 과제 수를 지난해 57개에서 올해 160개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신규 예산의 70%를 미션 중심의 11대 분야 40개 초격차 프로젝트에 배정하고, 민관 합동으로 약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우수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중 기업 현금 부담 비율을 최대 45%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다.
실패해도 괜찮아
사실 10대 게임체인저 기술개발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R&D 과제를 배정하는 것은 2022년 시작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시즌 2 성격이다. 2022년 시작된 알키미스트는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고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하면 미래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황금을 만들기에는 실패했지만, 현대 화학의 근간을 다진 연금술사Alchemist에서 이름을 따왔다. 기존엔 정량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했다면, 이러한 과제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두지 않고 10년 뒤를 내다보고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실패해도 불이익이 없는 고난도·실패용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과제 예산 대비 비중을 2023년 1%에서 2028년 10% 수준(약 12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연구자 중심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R&D 프로세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품목 지정 방식’을 전면 도입해 정부는 도전적 목표를 제시하고, 기업과 연구자가 과제 기획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관 기관에 컨소시엄 구성, 연구비 배분 등 권한을 부여하는 이른바 ‘케스케이딩Cascading 과제’를 10개 이상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R&D 평가에 시장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고, 투자 연계형 R&D를 대폭 확대하는 등 R&D 사업이 시장 수요를 적기에 반영하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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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산업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몇 가지 과제에 집중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 · 에너지 분야 R&D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자기주도로 학습하는 로봇 기술PICA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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