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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닥터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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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의료용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활용도 역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의료용 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59억 달러에서 향후 연평균 16.5%씩 성장해 2025년 127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의료로봇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등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로봇 기술과 앞으로 만나게 될 의료 시장의 변화를 살펴본다.

일상에 스며든 로봇 기술
과거의 로봇 기술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 등 산업용 로봇에서 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로봇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로봇이 바닥을 청소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드론로봇이 농작물을 감시하고 비료를 주며, 커피를 제공하는 바리스타로봇이나 치킨을 튀겨주는 조리용 로봇, 자율주행 배송로봇,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반려로봇 등 그 종류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의료 분야에서도 닥터로봇이 진단과 치료에 참여하며 의료서비스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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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봇이란 무엇인가
닥터로봇은 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로봇으로 수술로봇, 재활로봇, 그리고 다양한 의료서비스 로봇으로 구성된다. 환자의 고통과 회복 기간을 줄여주는 최소침습수술(전통적인 개복수술에 비해 훨씬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이나 수술도구를 삽입해 수술하는 방법)의 발전으로 의사들은 새로운 수술 기법을 개발했고, 새로운 수술도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해 수술로봇이 등장했고, 중재시술로봇, 수술보조로봇 등 다양한 관련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재활로봇은 다양한 신체 부위의 기능을 개선하고 재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행 보조를 돕는 재활로봇, 근육 강화나 팔, 손 등의 재활을 돕는 로봇이 있다. 기타 의료서비스 로봇은 그 밖의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로봇이 포함된다. 환자를 들어올리거나 이송해주는 돌봄로봇, 환자의 일상 기능을 보조해주는 식사보조로봇, 배설로봇, 또 환자를 모니터링해주는 로봇, 원격진료나 상담을 위한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❶ 로봇, 의약품 제조와 분배 로봇, 병원 안내 로봇 등이다.
  • ❶ 참가자들이 실제로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 화상회의 시스템. 실제로 상대방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가상현실(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과 인터넷 기술이 결합된 영상회의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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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왜 의료에 참여하기 시작했을까?
로봇은 정밀하고 정확한 치료를 가능케 한다. 최소침습수술에서는 사람 손으로 직접 도달할 수 없는 환부를 수술한다. 기존의 개복수술은 의사가 직접 환부를 보고 만지며 수술했지만, 최소침습수술에서는 의사의 ‘새로운 눈(내시경, MRI와 같은 영상장치)’과 ‘새로운 손(길고 가는 수술도구 일체)’이 필요하게 되었다. 의사들은 이에 적응하며 최소침습수술을 수행한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게 수술로봇이다. 수술로봇을 이용하면 기존의 수술도구로 접근이 어려운 부분까지 닿을 수 있고, 보다 정밀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의사가 조종장치를 조작하면 그에 따라 내시경과 수술도구가 움직이는 방식인데, 스케일 다운 기능을 이용하면 의사가 10mm를 이동했을 때 수술도구는 1mm를 이동하게 되는 방식이다. 기존에 작업이 매우 어려웠던 미세 혈관의 봉합 등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로봇은 성실하고 강건하다. 환자의 재활을 돕는 것은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또한 고도한 작업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단순 반복 작업이 필요한 환자 돌봄 분야도 있다. 로봇은 지루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재활로봇이나 돌봄로봇은 이를 도와주며, 의료진은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항암제 조제나 방역 같은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는 작업을 안전하게 대신해줄 수 있는 게 로봇이다.
  • ❷ 의사가 조작장치를 10mm조작했을때 수술도구는 1mm 이동하게 되어 보다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기능
닥터로봇의 역사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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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봇은 언제 탄생했을까? 방대한 분야이기에 하나의 지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1985년경 산업용 로봇인 PUMA가 뇌 조직검사에 사용된 예를 꼽을 수 있다. 또한 1980년대에는 수술보조로봇인 아스로봇이 개발되어 이미 목소리로 로봇을 조작할 수 있었고, 수술도구를 의사에게 제공하는 등의 수술 보조 역할을 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현재 우리나라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정형외과 수술로봇 로보독Robodoc이 개발되었고,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내시경 보조로봇인 이솝AESOP이 개발되기도 했다. 또 2002년에는 제우스ZEUS 수술로봇을 이용해 뉴욕의 의사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환자를 수술하는 원격 수술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술로봇이 실제 널리 사용된 것은 역시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다빈치 로봇이다. 1994년경 미국에서 개발되었고, 이솝AESOP, 제우스ZEUS 등을 개발한 회사를 합병하며 2000년대에는 전립선수술을 포함한 복강경수술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얼리어답터 의사들은 다빈치 수술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했고, 이후 20년 정도 세계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 다빈치의 주요 특허가 만료되며 존슨앤존슨, 구글, 메드트로닉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수술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의 미래컴퍼니에서도 레보아이 수술로봇을 개발했고, 일본의 히노토리 수술로봇, 그 밖에도 신생 기업들이 대거 수술로봇을 개발했다. 현재 일부 로봇이 실제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다빈치 수술로봇이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재활로봇이나 돌봄로봇 등 기타 의료로봇의 역사는 수술로봇에 비해 더 세분화되어 있다. 1980년대 이전에는 간단한 보행 보조나 팔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로봇이 환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제어시스템의 발전으로 보다 정교한 로봇이 개발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고령화 현상이 먼저 시작된 일본을 중심으로 다양한 돌봄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관련 로봇 개발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 ❸ 수술로봇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1990년대 다빈치 로봇을 개발했다. 2020년 기준 수술로봇 시장 점유율 70%, 복강경 수술로봇 분야 점유율은 99%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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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봇,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최근 신기술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코 인공지능AI이다. 닥터로봇에도 인공지능이 더해지며 더욱 강력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로봇은 인공지능을 겸비해 의사에게 보다 증강된 눈, 손, 판단력을 제공할 것이다. 기존에 판독하기 어려웠던 환부를 미리 판독해 알려주고, 발전된 로봇 기술로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깊숙한 환부에 접근해 유연하게 동작하는 수술도구로 수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로봇이 알아서 집도, 봉합을 해주고 의사는 관리감독만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재활로봇도 인공지능이 환자의 보행 상태를 판별해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생성할 것이다. 돌봄로봇 또한 사용자 개인의 취향을 기억하고 더욱 집중해야 하는 부분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등 의료 분야에서도 개인 맞춤형 비서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닥터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그 활용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닥터로봇은 수술, 재활,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인공지능과의 접목, 로봇 기술의 발달로 더욱 뛰어난 성능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의료 현장의 혁신과 환자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고령화사회가 가속화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닥터로봇은 앞으로의 도전과 경쟁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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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대학교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연구원, 일본 내셔널 센터 포 헬스 앤 디벨롭먼트 연구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과 U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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