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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재활용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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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석, 배터리 등에 쓰이는 희토류의 사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사용량이 늘어나 이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희토류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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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는 자원 무기화 정책을 얘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한다. 2010년 중·일 센카쿠열도 분쟁 때,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승기를 잡았던 것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전략적 안보 물자를 선정하고 우방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정책을 수립하면서 희토류의 중요성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50개 핵심 광물’, EU의 ‘30개 핵심 원자재’, 우리나라의 ‘10대 전략 광물’은 모두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비연료 광물로 희토류를 포함하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희토류의 중요성
그렇다면 희토류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일까? 자연계에 드물게 존재하는 원소라는 의미의 희토류는 네오디뮴Nd, 이트륨Y 등 총 17종의 원소를 총칭한다(희토류의 정의 및 범위는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희토류는 소량의 첨가만으로도 물질의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특성을 강화하는 특징이 있어 고성능 발현을 요구하는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희토류계 영구자석인 네오디뮴Nd 자석은 다른 소재의 영구자석보다 월등히 높은 자력을 띠는데, 이를 전기차 모터에 사용하면 주행거리를 훨씬 늘릴 수 있다. 희토류를 채굴·생산하는 광업 자체가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더라도, 후방산업 및 가치사슬의 최종 단계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큰 것이다.

또, 심각한 공급 불균형도 한몫한다. 중국은 풍부한 희토류 광물을 보유하고 있고 선진국 대비 환경규제가 강하지 않아 그간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희토류 공급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희토류 채굴 과정은 정제 단계에서 다량의 폐산을 배출하는데, 이를 방류기준에 맞추어 처리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에서 직접 생산이 아닌 수입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중국의 희토류 패권이 막강해진 결과를 낳은 것이다. 최근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 감소를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중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지위는 여전하다. 채광, 분리, 추출 및 고순도 완제품 제조 등 희토류 제조 공정 전 단계에 걸쳐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17종의 희토류 원소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결국 희토류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그 공급 불균형이 결합해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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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의 한 축, ‘재활용’
희토류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수입국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재편, 희토류 저감형 대체재 개발 등의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또 하나의 강력한 대안은 희토류를 재활용하는 방안이다. 사용 후 버려진 폐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고 소재화해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희토류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희토류 재활용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고 공급망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차 1대당 사용되는 희토류가 약 0.3~0.8kg(Nd 0.25~0.5kg, 기타 희토류 0.06~0.35kg)인데, 사용 후 전기차에서 이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한다면 공급 불안정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희토류를 재활용하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것보다 오염물질 발생량을 줄이고 첨단 제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유럽의 원자재동맹European Raw Materials Alliance, ERMA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환경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Nd-Fe-B 영구자석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기여 정도kgCO2equ를 희토류 재활용을 통해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희토류 재활용 기술을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자원 순환형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필요한 기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희토류 재활용의 이해
희토류 재활용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희토류 재활용 공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희토류 재활용 공정은 ❶희토류가 함유된 폐제품 조각을 수집·선별하는 전처리 ❷희토류 화합물을 얻는 추출 ❸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희토류를 정제하는 원소 분리로 구성된다. 전처리는 개별 회수된 제품을 해체하고 희토류가 함유되지 않은 부분을 제거해 폐제품 조각의 희토류 농도를 높이는 단계를 의미한다. 추출은 화학적 처리를 통해 비희토류 물질을 제거하고 농축된 희토류 복합체를 얻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원소 분리는 희토류 복합체에서 희토류 산화물을 분리·생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재활용 공정의 큰 흐름은 광산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방식과 재활용 공정의 가장 큰 차이는 폐제품의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목표로 하는 원소만을 높은 효율로 추출하는 데에 있다. 이는 ‘어떤 폐제품’으로부터 ‘어떤 희토류’를 얻으려고 하는지에 따라 적용 기술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사용 후 모터의 해체를 통한 영구자석의 습득, 영구자석의 분해를 통한 합금분말 습득, 합금분말 내 불순물 제거 등이 재활용 공정에서는 중요한 요소기술이 된다.

가뜩이나 제품 내 희토류 함유량이 적어 회수가 쉽지 않은데, 제품별·목적별로 최적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은 희토류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정의 효율성 및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산정하면 광산에서 채굴하는 방식보다 경제성이 훨씬 더 낮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희토류 재활용의 핵심 기술은 가장 활용 가치가 높은 폐자원이 무엇인지 식별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공정을 설계·운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하는 것만 더 효율적으로, 더 친환경적으로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최근 안보 측면에서 희토류 재활용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며 공공 주도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도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스크랩 및 폐영구자석의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 적용 가능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큰 틀에서는 전처리 공정의 간소화와 추출·분리 공정의 친환경성 확보가 주된 이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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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처리 기술의 경우, 제품의 해체·선별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이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한 예로 영국 버밍엄대학교는 EU Horizon 2020의 지원을 받아 영구자석 스크랩의 화학적 수소 처리Hydrogen Processing of Magnetic Scrap, HPMS 기술을 개발했다. Nd-Fe-B 합금에서 직접 수소화 분말을 추출하는 HPMS 방식은 처리 경로를 단축함으로써 화학적 처리 또는 열 제련 방식보다 생산량이 25%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버밍엄대는 더 나아가 100kg/일 규모의 자석 분리가 가능한 자동화 공정을 시범 운영(2022)하고 있다. 미국 애플의 경우 혁신적인 방법으로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자석 선별 로봇 타즈Taz가 오디오 모듈에서 자석을 분리하고, 분해 및 해체 로봇 데이지Daisy는 연간 120만 개의 아이폰을 분해한다. 또한 유용 자원 회수 로봇인 데이브Dave 등을 통해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희토류의 45% 이상을 재활용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2022).

추출 및 원소 분리 기술의 경우, 환경오염의 주범인 강산의 사용을 줄이면서 높은 순도·회수율을 유지하는 것이 기술개발의 주된 방향이다. 박테리아나 균류를 이용해 금속을 추출하는 바이오리칭(생물 침출), 강산 대신 유기산·약산을 사용하는 습식 공정, 고효율 건식 공정 등에 관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리버모어 연구소에서는 란모듈린 단백질을 이용한 습식-바이오리칭 복합 Nd-Dy 분리기술을(2021), EU는 REEgain 프로젝트를 통해 박테리아, 단세포 녹조류 및 극한 미생물 내에 희토류를 축적해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2022)했다. 일본의 와세다대학교와 닛산은 폐영구자석 내 희토류를 슬래그로 농축시켜 산화물을 추출하는 건식제련법을 개발, 전기차 모터의 분해 없이 희토류 회수를 가능케 하는 신공정을 개발하기도 했다(2021).
아마도 곧 다가올 미래, 능동적으로 대응할 때
희토류 재활용 시장은 아직 초기 형성 단계지만 세계 각국에서 효용성이 높은 2차 자원 및 친환경·저비용·고효율 재활용 공정의 탐색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전기차·풍력발전기의 폐기가 시작되는 2030년 이후 영구자석 재활용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하는 만큼, 증가하는 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희토류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자동차 등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으므로 희토류 재활용 기술개발을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2010년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 이후 희토류 공급 안정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고 희토류 재활용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강화해왔다. 그 결과 현재 희토류 재활용 관련 최고 기술국이 되어 자동차, 형광체, 에어컨 컴프레셔, HDD, 영구자석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희토류 회수 및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성 부족, 초기 투자 비용 등의 문제로 그간 관련 투자가 충분치 않았고 현재 상용화된 공정을 운영 중인 희토류 재활용 기업은 부재한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핵심광물 확보전략(2023.2.)」을 통해 10대 전략 핵심 광물의 재자원화를 20%까지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고,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2024.1.1. 시행 예정)」을 통해 순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안정적인 투자로 희토류 재활용 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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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사업조정본부 투자기획조정센터 부연구위원
고려대학교에서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재직 중이다.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 출연연 예산 배분·조정 전략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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