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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서,
납품까지 책임지는 연결자
한종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기업전략실 실장
김선녀 사진 서범세

기술력은 충분한데 왜 납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대한민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오래된 질문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기업전략실은 이 간극을 ‘연결’로 풀고자 한다.
지역 산업의 현실에서 출발해 기업의 매출과 납품으로 이어지는 실행형 협력 모델, K-MAP은 기술이전을 넘어 제조업 DX의 새로운 방향을 실험 중이다.
한종우 실장을 만나 지역, 기업, 연구가 어떻게 현장에서 맞물리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기업전략실은 어떤 조직인가요? 한 문장으로 정의해주신다면요.
지역·기업전략실은 지역 산업과 기업 현장에서 나오는 실제 수요를 출발점으로, 지자체·기업·연구원의 역량을 연결해 지역혁신과 기업 협력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조직입니다. 단순히 연구과제를 만드는 조직이라기보다는, 지역과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일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실행할 것인지 고민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지역 소멸에 대응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행형 사업과 플랫폼을 만드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연구 현장에서 기술 성과는 매우 우수하지만,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실제 납품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사업을 접는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기술이전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장·시장·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기업과 지역이 성장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연구 성과를 어떻게 제조 현장과 연결하고, 실제 수익과 납품으로 이어지게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기술력 자체보다는 납기와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구조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느낍니다. 기술은 갖추고 있지만 저부가가치 생산과 가격경쟁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장 수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제조 유연성을 고부가가치로 연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봤고, 그 고민의 결과가 K-MAP입니다.
K-MAP은 어떤 플랫폼인가요?
K-MAP은 중소 제조기업의 수요를 받아 바이어와 빠르게 매칭해주는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거래 연결 플랫폼은 아닙니다. 여기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연구개발 지원과 시험·인증, 공정 개선까지 연계합니다. 예를 들어 장비 고장으로 급히 부품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량·단납기로 제작해야 할 경우,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K-MAP은 이런 수요를 빠르게 공유하고, 납품 가능한 기업을 연결한 뒤 연구진이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실제 납품까지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나 공정 인프라가 부족한 기업을 만나면 무엇을 먼저 보시나요?
기술 수준보다 먼저 이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실제로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시장 수요가 분명한지, 단납기·맞춤형 제조에 부합하는지, 부족한 공정이나 역량을 협업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살핍니다. 공정 인프라가 없어도 K-MAP을 통해 적합한 제조기업과 연결하면 사업화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 스스로도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접근하시나요?
이런 경우에는 기업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연구자들과 함께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생산공정과 기술 수준, 병목 지점을 살펴보고, 이를 시장 수요와 연결해 구조적으로 정리합니다. 이후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이나 공정개선 방안, 협력 모델을 도출합니다. 이렇게 해야 기업도 실행 가능한 방향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성공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단납기가 요구된 맞춤형 선박 엔진 부품 수주 사례가 기억에 남습니다. 수요 기업인 한화엔진은 고온·고하중 환경에서도 작동하는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단기간에 확보해야 했고, 제조기업인 화천기계는 가공 기술은 충분했지만 열처리 공정이 부족했습니다. K-MAP을 통해 생기원 연구진이 즉시 투입돼 선택적 열처리 공정을 함께 설계했고, 단기 집중형 R&D로 병목을 해소해 실제 납품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는 K-MAP이 단순 매칭을 넘어 결과까지 책임지는 실행형 협력 모델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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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조업의 경쟁력은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기술을 시장의 속도에 맞춰 납품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반대로 아쉬웠던 경험도 있나요?
기술 완성도는 높았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납기 조건과 맞지 않아 수주로 이어지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기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시장 요구와 납품 가능성을 기준으로 과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더 분명히 인식하게 됐습니다.
제도가 현장 속도만큼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원과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현장에서 분명히 체감합니다. 기업은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제도는 상대적으로 경직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략실은 제도를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원의 기술과 K-MAP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기업이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는 유연한 연결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기술만 공급해서는 저부가가치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에는 기술뿐 아니라 공정·시장·정책 정보가 함께 필요하고, 지역 역시 지속 가능한 산업구조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주체가 연구소입니다. 생기원이 연결자 역할을 할 때 기술은 연구 성과에 머물지 않고 기업 성장과 지역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량생산과 저가 경쟁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맞춘 유연한 제조와 맞춤형 생산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성장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함께 유지되는 제조업 생태계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K-MAP은 아직 작은 시도지만, 이런 방향성을 현장에서 구현해보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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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기업전략실 실장
한종우 실장은 누구
한종우 실장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역·기업전략실을 이끌며, 지역 산업과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현장 수요를 연구·정책·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이전에 그치지 않고 실제 납품과 매출로 이어지는 실행형 협력 모델을 통해 제조업 DX와 지역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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