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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의 역사,
철기 문명부터
지구온난화 시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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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이루는 원소 중 하나다. 그 때문에 탄소는 요즘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알고 보면 인류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감초 같은 물질인 탄소. 인류는 탄소를 어떻게 활용해왔으며 언제부터 문제가 된 것일까?

word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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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炭素. 영어로는 Carbon, 원소기호는 C, 원자번호는 6번이다. 비금속 4가 14족 원소다. 우주에서 4번째로 풍부하고 지구 지각에서는 15번째로 많다. 모든 생명체의 몸에, 그것도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 인간의 경우 체중의 18.5%가 탄소일 정도다. 단일원소로서 탄소의 수명은 매우 짧다. 그러나 여러 원자가 결합된 상태(동소체)에서는 안정된다. 탄소 동소체는 다이아몬드, 흑연, 숯이나 카본블랙 등의 비결정성 탄소, 나노폼(그래핀, 풀러렌) 등이 있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의 화석 연료에도 탄소는 탄화수소라는 형태로 존재한다. 태양을 비롯한 항성은 물론 여러 행성의 대기에도 있다.

탄소의 물리적 특성은 동소체별로 다르다. 흑연은 불투명한 검은색이고 매우 약하며 전도성이 뛰어난 반면, 결정(다이아몬드)은 투명하고 자연물 중에서 굳기가 가장 세며 전기 절연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된다. 동소체 간의 공통점도 있다. 열전도성이 최고라는 것이다.

탄소는 화학 반응성이 뛰어나 다양한 화합물과 결합된다. 상온 및 상압에서는 강한 산화제와 접촉해도 산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고온에서는 산소와 발열 반응해 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산화탄소에는 아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이 있다. 한편 고온에서 특정 금속과 반응해 카바이드(텅스텐 카바이드 등)를 생성할 수도 있다. 플루오르는 원자 상태의 탄소와 반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할로겐 기체다.

탄소의 발견 시기와 발견자는 명확하지 않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숯, 검댕, 석탄 등의 물질로 쌓인 경험을 통해 탄소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탄소의 모든 성질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근대 화학이 발전하며 보다 세부적인 특징이 밝혀졌다.
  • ❶ 할로겐Halogen은 주기율표의 17족에 속하는 원소를 뜻한다. 할로겐 기체는 주기율표에 속하는 불소Fluorine, 염소Chlorine, 브로민Bromine, 요오드Iodine 및 이들이 혼합된 상태의 기체를 총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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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철기 문명은
탄소의 올바른 활용 없이는 불가능했다
인류의 발전과 함께 해온 탄소
탄소는 선사시대부터 활용되었다. 숯과 석탄 등의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는 형태로써 당초 탄소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carbon’의 어원도 숯과 석탄을 의미하는 라틴어 ‘carbo’에서 비롯됐다. 숯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인공 연료 중 하나로, 잘 건조된 목재를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275℃ 이상으로 가열하면 얻을 수 있다. 산소가 없기 때문에 목재는 연소되지 않고, 대신 열분해되어 탄소 덩어리와 기체로 변한다. 기존 목재 무게의 20%에 달하는 숯을 생산할 수 있다. 숯은 탄소만으로 구성된 고체 연료이므로 목재에 비해 화력과 효율이 높고, 연기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화석 연료가 많이 쓰이기 전에는 우수한 연료로 각광받았다. 인류는 숯과 같은 탄소 연료를 이용하며 철기 문명을 열었다. 철의 녹는점은 1500℃에 달한다. 그만한 고온을 낼 수 있는 효율적 연료가 있어야 철광석을 가공·제련해 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는 철과 또 다른 인연이 있다. 중학교에서도 배우듯이 철의 성질은 탄소 함량에 따라 크게 변한다. 탄소가 많이 섞일수록 경도가 높아지는 대신 깨지기도 쉽다. 철 제작 시 탄소를 섞는 방식은 다른 금속을 섞는 합금과 더불어 순철보다 강도가 높은 강철steel을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인류는 경험칙을 통해 일찌감치 이를 알고, 철 제작 시 탄소를 투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코크스cokes를 만들었다. 코크스는 석탄을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가열해(앞서 언급한 숯을 만드는 방식처럼) 만든 탄소 덩어리로, 철광석 제련 시 철광석과 함께 투입해 완성품의 탄소 함량을 조절한다. 중국에서는 서기 4세기부터 코크스를 생산해 강철 제작에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철 생산법에 대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프랑스 학자 르네 앙투안 페르쇼 드 레오뮈르(1683~1757)가 처음 실시해 성공했다.

철 외에도 탄소는 유기화학, 플라스틱, 의약품, 식품첨가제, 세제 등을 만들기 위한 필수 재료로 쓰인다. 정수기, 방독면 등의 필터 주재료인 활성탄의 원료이기도 하다. 탄소의 불완전연소 시 나오는 색소인 카본블랙은 자외선에도 안정성이 높아 화장품, 잉크, 페인트 등의 재료로 쓰인다. 그래핀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흑연은 연필, 배터리, 전구, 윤활유, 광약 등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특히 원자로 노심에서는 비상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제어봉의 중성자감속재로 쓰이고 있다. 원자로의 냉각재로도 이산화탄소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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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전기식 조명인 백열전구.
그 핵심 부품인 필라멘트는 탄소 기반의 신소재, 탄소섬유다.
21세기에 들어 그 흐름이 더 확장되고 있다. 탄소 기반 신소재 중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직경 5~10μm의 탄소섬유다. 강성과 내화학성, 내열성이 우수하면서도 무게는 가볍다. 이 때문에 항공우주, 토목, 군용, 자동차, 운동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탄소섬유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영국의 발명가 조셉 스완(1860년). 그는 이 물질을 전구의 필라멘트에 사용하려고 했다. 이후 탄소섬유를 사용해 처음으로 탄소 필라멘트 개발에 성공한 것은 토머스 에디슨이었다. 1879년 에디슨은 대나무를 탄화시켜 만든 탄소섬유를 필라멘트로 사용해 세계 최초로 백열전구를 완성했다. 이러한 사실을 살펴보면, 탄소섬유 없이는 오늘날의 전구도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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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87. 전체 무게의 절반이 탄소섬유 혼입 강화플라스틱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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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제어봉도 흑연(탄소)이다.
탄소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핵 재앙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주범이 된 탄소
장점만큼 단점도 크다.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18~19세기에 걸쳐 유럽 국가에서 진행된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활상을 바꿔놓았다. 본격적으로 기계력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 기계력은 화석 연료, 즉 탄소 기반 연료를 사용하는 원동기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탄소를 연소시키면 고온에서 산소와 발열 반응해 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CO2 역시 산화탄소의 일종이다. 온실가스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산화탄소는 열을 붙잡아 두는 성질이 있다.

탄소를 포함한 화석 연료를 열심히 연소시키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크게 높아졌다. 202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20ppm)는 산업혁명 이전인 1750년(278ppm)에 비해 51% 높아졌다. 2023년 지구의 평균기온도 1750년의 13.4℃에서 1.5℃ 이상 오른 14.98℃가 되었다. 더 심한 문제는 또 다른 탄소 계열 기체인 메탄CH4에 있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같은 질량의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80배 높다. 메탄의 대기 중 농도 역시 인간의 활동(농업과 화석 연료 채굴)으로 크게 늘었다. 2021년 배출된 메탄 6억 톤 중 3억8000만 톤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지구 환경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3℃ 이상 오를 경우, 북반구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속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빠져나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그러면 극한기후, 해수면상승 등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또 한 번의 대멸종을 겪을지도 모른다.
대기 내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다. 화석 연료의 채굴과 사용, 육식을 위한 목축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행위를 줄이는 것이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도 이에 해당된다.

두 번째, 온실가스의 물리적 제거다. 농업과 조림 등을 통해 식물을 많이 심어 자연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방식도 있다.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더 적극적인 방식도 있다. 바로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땅속에 저장되는 이산화탄소는 암석의 형태로 바뀌어(광물화) 고정될 수 있다. 광물화는 자연적으로도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공적인 방법을 더한다면 광물화의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를 물에 섞어 화산성 현무암에 주입하면 몇 달 만에 광물화가 이루어진다. 이산화탄소를 돌멩이보다 더욱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일례로 이산화탄소는 구리 촉매를 접하면 에틸렌으로 변한다. 에틸렌은 석유 화합물로 가공될 수 있으므로 석유화학산업의 필수 원료다.

탄소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깨끗이 처리해 더욱 향상된 삶을 살지, 대기 중에 무절제하게 방출해 또 한 번의 대멸종을 초래할지는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 갈고닦은 과학 기술을 사용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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